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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 인출유도 망각(학습 편중이 낳는 기억 실패)-출처 : 네이버 캐스트
  • 작성자 : 비움심리상담
  • 작성일 : 2018-08-06
  • 조회 : 2001

인출유도 망각

학습 편중이 낳는 기억 실패

기억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이 때로는 역효과를 낳는다. 인출유도 망각은, 어떤 항목의 인출(회상)이 다른 관련 항목의 망각을 유도하는 현상이다. 어떤 기억 작용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대책은 무엇인가?

실없는 퀴즈

흰 것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출처: gettyimages>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무슨 색깔이죠?”
“흰색이요.”
“이 종이는 무슨 색깔이죠?”
“흰색이요”
“그럼 젖소는 뭘 마시죠?” …

여러분의 답은 무엇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주인공인 뤼크레스는 “우유요…”라고 답했다. 우리집 아이가 나한테 “히말라야”를 열 번 반복해 보라고 했다. (여러분도 해 보세요) “히말라야, 히말라야, 히말라야, … , 히말라야”.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하고 물었다. 나는 “히말라야”라고 대답했다.

잠시 생각해 보면, 이런 답들은 명백히 틀린 것이다. 그러나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 그런데 이게 단지 우연일까? 다른 예를 보자. “고려시대 화포를 발명한 장군은?” “최O헌 ~ ” 하려다가, 이건 아닌 것 같고.... 엉뚱한 이름만 입 속에서 맴돈다. 이런 현상을 설단(혀끝)현상이라고 한다. 방금 언급한 두 현상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심리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젖소 문제의 경우 이전 질문들이 ‘흰 것’을 자꾸 연상시키기 때문에, ‘우유’가 잘 생각나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에서 ‘최무선’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면, 먼저 생각한 ‘최O헌’ 때문에 정답 생각이 방해 받은 탓이다. 이처럼 엉뚱한 답이 먼저 그리고 자꾸 생각나서, 정작 필요한 답을 떠올리기 힘들었던 경우를 누구나 한두 번 겪었을 것이다.

인출이 망각을 유도한다

먼저 생각나는 것, 혹은 머리에 잘 떠오르는 것이 정답이나 다른 것의 생각(기억)을 방해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방금 해본 유인 문제나 설단현상처럼 먼저 생각나는 것, 혹은 머리에 잘 떠오르는 것이 정답이나 다른 것의 생각(기억)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들 중 흥미로운 것이 인출유도 망각(retrieval-inducedforgetting)이다. 여기에서 인출은,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retrieval)하듯이, 저장고에 있는 기억을 의식 상태로 가져오는(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공부하는 방법에 따라 인출유도 망각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만일 여러분이 고려시대 장군들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최충헌이나 경대승에 대해 문제 풀이를 더 열심히 한다면, 다른 장군들인 강감찬이나 최무선에 대한 기억은 잘 인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이런 현상을 처음 연구했던 Anderson 등(1994)은 [표1]과 같은 실험 절차를 고안했다. 간단히 하기 위해, 과일 범주와 술 범주의 목록들을 실험참가자들에게 학습시켰다고 하자. 그런데 과일 범주의 단어들 중 일부(‘바나나’; 조건 1)는 도중에 한 번 회상 검사를 했는데, 이 검사는 ‘과일 - 바__’가 주어지면 ‘바나나’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이런 검사는 ‘과일’에 대해 ‘바나나’를 더 잘 인출할 수 있게 해 준다. 반면에 과일 범주의 다른 일부(‘사과’; 조건 2)와 술 범주 단어(‘위스키’; 조건 3)에 대해서는 이런 중간 검사를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드디어 최종 회상 검사를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표1] 실험결과

적어도 과일 범주의 일부(‘바나나’)에 대해서는 연습을 했으니, 과일 범주가 더 잘 기억되지 않을까? 결과(표 참조)를 보니 과일 범주(조건1, 2)의 회상률 평균이 68%, 술 범주(조건3)의 회상률 평균이 68%로 차이가 없다. 더 자세히 보자. 과일 범주 단어들을 연습 유무에 따라 구분해 보니, 중간에 연습한 단어들(조건 1)의 회상률은 높았다(81%). 그런데 연습하지 않은 단어들(조건 2)의 회상률은 매우 낮았을(55%) 뿐 아니라, 아예 연습하지 않았던 술 범주의 단어들(조건 3)의 회상률(68%)보다 더 낮았다. 즉 같은 과일 범주 단어들 중, 연습한 것은 기억이 더 잘 되었는데, 연습하지 않은 것은 기억이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기억의 억제?

무엇이 여러분의 기억 인출을 억제하는가? 그 범인은 바로 여러분이 공부한 내용이다. <출처: gettyimages>

비록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공부한 범위에 속한 것인데, 기억은 오히려 더 떨어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여러분은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는가? 시험 범위에서 예상 문제 몇 개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옆의 인접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바로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가?

오히려 별로 애쓰지 않은 다른 문제의 답은 조금 알 듯도 했는데 말이다. 공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건 아니다. 시험장을 벗어나는 순간, 혹은 나중에 잡담하다가, 정답이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기억나지 않던 정답이 머리에서 지워졌던 것이 아니라, 단지 그때 생각나지 않았던 것임을 보여 준다. 그때 생각나지 않았던 것은 완전히 망각된 때문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기억 인출이 억제되었던 때문인 것이다.

무엇이 여러분의 기억 인출을 억제하는가? 그 범인은 바로 여러분이 공부한 내용이다. 앞의 실험에서 중간에 회상 연습을 했던 단어들(‘바나나’)은 기억이 잘 되고, 연습하지 않았던 단어들(‘사과’)은 오히려 기억이 잘 되지 않았다. 범인을 알겠는가? 어떤 내용을 연습한다는 것은 그 내용을 되풀이해서 기억에서 인출하는 것이며, 어떤 영역(주제)에 관해 여러분이 많이 공부(인출)했던 것이 적게 공부한 것의 인출을 방해한다(인출유도 망각)는 것이다. 마치 등잔불 밑이 어두워 보이는 것처럼. 이런 일이 시험 볼 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연구도 있다.

기억의 용불용설

기억 인출 방해에 대한 그림 <출처: Esgate와 Groome(2008)>

이런 일이 생기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자. 우리가 학습(공부)하는 것은 기억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실험에서 범주와 단어의 쌍들은 각기 서로 다른 기억흔적 1, 2, 3, ... 을 낳는다. 그런데 중간에 기억흔적 1(과일 - 바나나)만 인출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기억흔적 1을 통해 인출하는 통로는 강화되고, 다른 통로(과일 - 사과)는 강해질 수 없다. 게다가 기억흔적(과 통로)들은 서로 경쟁적이기 때문에 서로 억제를 하며, 강한 것은 약한 것을 더 세게 억제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과일’이란 단서가 주어지면 자주 인출되어 강해진 ‘바나나’는 빨리 인출되는 반면, 약해진 ‘사과’는 잘 인출되지 않는다. 자주 쓰는 것일수록 더 잘 기억되고, 잘 쓰지 않는 것은 결국 망각된다는 이런 설명은, 기억에 대한 일종의 용불용설()인 셈이다.

인출유도 망각과 그 설명이 공부(학습)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첫째는 기억을 자주 인출해야 (기억흔적이 강해지면서) 다음에 더 잘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공부한 것이라고 방심하다가 나중에 공부한 것에 의해 인출이 방해 받을 수 있다. 둘째는 시험을 하루 앞두고서는 시험 범위를 골고루 학습하는 것이 좋다. 인출유도 망각은 적어도 24시간 지속된다고 한다. 셋째는 틀린 답을 인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답이 인출되는 경로가 강해지면 정답을 인출하는 경로가 방해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설익은 공부를 하다가 무엇인가를 잘못 알게 되면, 예컨대 단어를 틀리게 외면, 종종 그 틀린 답이 계속 생각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틀린 답을 고치려 해도 그 과정에서 틀린 답을 인출하고, 그 경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응용 장면

범죄 수사나 법정에서는 목격자 증언이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목격자(증인)에게 특정한 질문이 집중되다 보면 다른 부분의 기억은 억제되어 잘 증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종종 박식한 사람이 어려운 질문에는 시원하게 답해 주는데,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물쭈물하는 것을 본다. 아마 간단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인출유도 망각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인출유도 망각과 그 이유를 잘 알면, 학습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다른 장면도 많다. 예컨대 범죄 수사나 법정에서는 목격자 증언이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목격자(증인)에게 특정한 질문이 집중되다 보면 다른 부분의 기억은 억제되어 잘 증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불안이나 공황 장애 환자는 종종 끔직한 기억으로부터 고통을 받는다. 이들이 불행한 기억보다 중립적이거나 좋은 기억을 더 잘 인출하도록 훈련 시켜서, 새 기억통로가 불행한 기억통로를 억제하게 한다면, 불안이나 공황 장애가 치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런 심리장애는 기억(치료)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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